산후우울증을 극복한 후기를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아내가 산후우울증 증상을 보일 때 남편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언론이나 병원에서 말하는 산후우울증 원인과 실제로 산모가 느끼는 산후우울증 원인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미리 말씀 드리며, 정독하신다면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산후우울증 실제 원인
산후 우울증이 뭘까요? 단순하게 말해서 아이를 낳고 나서 우울한 것입니다. 보통 병원이나 매체에서는 출산 후 호르몬 변화나 생활의 변화 등으로 원인을 뭉뚱그려 말합니다. 그리고 산모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인 것처럼 말합니다. 실제로는 전혀 아닙니다. 실제 원인은 출산 후에 아기를 케어하느라 산모는 인간다운 생활을 박탈당하기 때문입니다.
1. 수면 박탈
산후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는 첫째로 잠을 거의 못 자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수면 부족이 아니라 고문 수준의 수면 박탈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8시간을 자야합니다. 평소에 8시간 자던 잠을 어느날 6시간 자게 되면 하루가 굉장히 피곤하다는 걸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최소 100일에서 최대 3년까지는 엄마는 수면 박탈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기가 신생아일 때 산모의 수면량
하루 24시간 중 1~2시간만 자는 생활을 최소 40~50일을 견뎌야 합니다. 심지어 잠을 안 자는 시간은 오로지 아기를 위한 노동을 합니다. 하루에 1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에는 계속 회사일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게 이상한 일입니다.
아기 백일 전후로 산모의 수면 패턴
운이 좋으면 아이가 백일 전후가 되면 엄마는 4시간 정도는 연속해서 잘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8시간을 연속해서 자고 싶지만 불가능합니다. 3시간+2시간+2시간 30분+30분=8시간을 채워 자는 것과 통으로 8시간을 자는 것은 수면의 질에 엄청난 차이를 줍니다. 전자는 3시간 잔 것과 똑같은 수준입니다. 심지어 어제도, 일주일 전에도, 한달 전에도 그런 식으로 잤다는 것이죠. 단 하루만 수면 박탈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100일 내내 수면 박탈을 당하는 것입니다.
아기 돌 이후로 엄마의 수면
엄마의 수면 박탈이 최대 3년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운이 좋으면 당신의 아이는 100일 이후에 8시간 이상 자게 됩니다. 하지만 저처럼 운이 나쁘다면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엄마는 8시간 이상 잘 수 없습니다. 보통은 아이가 새벽에 한번 깨기 때문에 4시간+4시간=8시간 정도로 엄마의 수면 패턴이 정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장기적인 수면 박탈과 수면 장애
이런식으로 8시간을 통으로 이어서 자는 날이 없는 생활을 3년 넘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성격이 더러워지고 나를 둘러싼 모든 일에 화부터 납니다. 단 하루만 잠을 제대로 못자도 짜증이 나는데 무려 36개월, 다시 말해 365일*3년=1095일을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이므로 산후우울증이 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수면 박탈이 가장 심했던 때에는 몽유병과 불면증과 이명이 쓰리콤보로 왔습니다. 잠을 못자는데도 불면증이 생기는 이유는 '어차피 지금 자도 30분 뒤에는 아기가 울어서 깨게 될 거야.'라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2. 밥을 제때 못먹음
밥을 제때 못 먹는 이유는 밥먹을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밥을 차려줄 사람이 없고, 설거지 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잠을 못자면 입맛이 없어집니다. 소화도 잘 안 됩니다. 하루종일 자고싶다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젖을 주느라 정작 본인은 밥 먹을 시간을 뺄 수가 없습니다. 집에 밥을 차려줄 사람이 없다면 배달 음식을 시켜먹게 되거나 라면을 먹게 됩니다. 아침, 점심, 저녁에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오전 11시, 밤 9시, 새벽 4시 등 밥먹는 시간은 대중없습니다. 모처럼 밥을 먹으려고 해도 아기가 갑자기 울게 되면 달래느라고 밤 9시에 시작한 저녁 식사가 밤 12시에 끝나기도 합니다. 설거지를 할 사람이 없으면 찬장에 있는 그릇을 전부 다 꺼내 쓰게 됩니다.
3. 못 씻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잠을 푹 자고, 제때 밥을 먹고, 몸을 개운하게 씻어야 합니다. 하지만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는데 씻을 수가 있을까요? 머리가 떡지고 몸에서 쩐내가 나게 되도 씻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몸이 찝찝해집니다. 그러면 당연히 우울해집니다.
4. 외출 못함
수면 부족, 밥 못 먹음, 못 씻음. 이 상태에서 외출을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아이는 신생아입니다. 당연히 외출을 못하고 햇빛을 받을 수 없습니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생기있는 걸 본 적이 있으신가요? 산모는 마치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게 됩니다. 일주일에 1번 정도만 외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정신이 점점 이상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5. 엄청난 노동
신생아가 평균 20시간을 잔다는 건 일단 구라입니다. 믿지 마시구요. 실제로 체크해보면 14시간에서 15시간을 잡니다. 하지만 이 14시간에는 함정이 있는데요. 1시간+2시간+30분+1시간+...+40분=14시간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아기가 자다가 깨는 그 사이사이에 엄마는 뭘하게 될까요? 트림시키기, 안아주기, 토 치우기, 목욕시키기, 옷 갈아입히기, 눈 맞추기 등을 합니다. 트림시키기만 해도 약 20~30분정도 소요되는 지루하고 끝나지 않는 노동입니다. 나머지는 아이마다 다릅니다. 아무튼 깨어있는 모든 시간은 노동을 하게 됩니다. 아이에 관련된 노동뿐 아니라 집안일도 해야합니다.
6. 집 더러움
내 몸도 더럽고, 집도 더럽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짬도 낼 수 없으며, 빨래도 못 돌립니다. 집 정리나 집 청소는 당연히 후순위 입니다. 더러운 곳에서 계속 지내면 불쾌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겠죠?
7. 몸이 아프고 망가짐
자연분만을 했다면 회음부를 자르기 때문에 다시 붙는 데 한달 정도 걸립니다. 치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기를 자주 안기 때문에 손목이 아픕니다. 출산 후 관절이 벌어져서가 절대 아닙니다. 3kg~4kg되는 아령을 하루 24시간 내내 들었다놨다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 아령은 점차 무게가 8~10kg까지 늘어나며 1년 내내 들었다놨다를 반복해야 합니다. 당연히 멀쩡한 사람의 손목도 아작납니다. 평소에 운동을 하던 근육질 아빠도 손목과 어깨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산 후에 몸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 일단 어렵습니다. 아이가 어린데 운동을 하러 나가고, 다이어트 식단을 따로 만들어 밥을 먹을 수가없으니까요. 그리고 튼살은 설령 몸매가 돌아와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씻지도 못하는데 화장하고 꾸미고 옷입는 건 당연히 못하겠죠. 인스타 보면서 예쁘고 화려한 친구들과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고,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갑니다. 우울증 무조건 생깁니다.
8. 사회생활 못하게 됨
직장에 못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도 못 만납니다. 직장에서 커리어를 많이 쌓았다면 아기 때문에 커리어가 멈추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그동안 취업한다고 스펙 쌓는다고 공부했던 시간과 노력이 전부 물거품 되는 기분입니다.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빨리 돈을 벌고 싶어집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울해서 이런 생각이 들지만 이런 상황이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집니다. 친구를 만나도 육아 얘기 말고는 할 말이 없습니다. 육아동지를 만나면 맨날 아기 얘기만 하게 되므로 재미가 없습니다.
산후우울증 극복하는 법
정리하면 산후우울증 실제 원인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사, 못 씻음, 외출 금지, 강도 높은 노동, 더러운 집, 아픈 몸, 사회생활 못하게 됨 이렇게 8가지입니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저 8개의 원인이 없어지면 됩니다. 출산 전 생활 수준으로 돌아가면 산후우울증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그렇게 하려면 친정엄마나 시댁에서 실질적으로 도와주거나 돈을 쏟아부어서 육아도우미와 가사도우미를 계속 쓰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이가 클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원래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었고, 출산 전 남편이 산후우울증 얘기를 하길래 '내가 그런 거 걸릴 사람으로 보여?'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저 8가지 악조건에 계속 노출되다보니 우울증이 오고 성격이 개 같아지더라구요. 우울증 약 받으러 정신과 방문해도 저 8개의 조건이 여전히 살아있어서 산모를 괴롭힌다면 몇 개월이 지나든, 몇 년이 지나든 산후우울증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일 때 남편의 역할
아주 간단합니다. 남편이 할일은 위에서 말한 8가지를 해결해주는 겁니다.
1. 아내가 8시간 이상 숙면할 수 있게 한다.
2. 아내가 하루 세 끼 제 시간에 영양가 있는 밥을 먹을 수 있게 한다.
3. 아내가 편하게 씻을 수 있는 시간을 여유 있게 마련한다.
4. 아내가 아이를 잊고 외출하게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한다.
5. 아내가 휴식할 수 있도록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트림시키고, 놀아주기를 한다.
6. 집을 부지런히 치우고 청소한다.
7. 아내가 통증의학과나 한의원에 주기적으로 가서 몸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한다.
8. 아내가 직장에 복귀하고 싶어할 때, 대신 육아휴직을 한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일 때 최악의 남편 행동
아래의 행동은 모두 죄악이며, 이혼을 부르는 행동이 됩니다. 산후우울증 때문에 이혼하는 게 아니라 아내는 우울증 걸릴 만큼 힘든데 남편은 총각 때처럼 느긋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배신감이 들고 인간적으로 실망하게 되서 같이 살기 싫어집니다. 육아를 하면서 아내와 남편 사이의 관계가 망가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실제 이혼하는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관계가 한번 틀어지면 회복할 때 2배, 3배의 노력을 해야하니 아래의 행동은 절대 하지 마시고, 항상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1. 야근하기
모든 회사일은 초집중해서 근무시간 내에 끝낸다. 어떤 회사일보다 육아가 10배 힘들다는 걸 기억한다. 육아하기 싫어서 일부러 야근하는 꼼수를 부리지 마라. 꼼수 부리는 와중에 '나는 돈을 버는 중'이라고 정당화하지도 마라.
2. 주말에 낮잠자기
아내는 아이 때문에 3년 이상 8시간 숙면한 적이 없음을 염두에 둔다.
3. 회사에서 힘든 척하기
돈 버는 게 육아보다 더 쉽다는 걸 떠올린다. 아내는 당신에게 아기를 맡기고 출근해서 돈 벌고 싶을 것이다.
4. 친구 만나서 술먹기
당신의 아내는 육아로 인해 완전히 고립되어 굉장히 외롭다는 걸 역지사지한다. 술 먹고나서 숙취로 뒹굴고 있으면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싶어진다는 걸 기억한다.
5. 못하겠다고 아이 떠넘기기
처음부터 잘하는 부모는 없으며, 당신의 아내도 엄마가 처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아이는 같이 만들었으며, 아이 유전자의 절반은 당신으로부터 온 것을 기억하라. 아이가 엄마를 찾고 울더라도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라.
산후우울증의 실제 원인과 극복하는 방법 및 남편의 역할을 알아 보았습니다. 호르몬 변화 이런 건 다 뻥이구요. 멀쩡한 사람도 우울증 걸리게 하는 게 출산과 육아입니다. 잠 잘자고, 잘먹고, 잘 쉬면 산후우울증 안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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